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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통과 현대가 조화로운 면(麵)의 수도, 시안(西安)

작성자 농심몰(ip:)

작성일 2023-08-17 17:46

조회 17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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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안(西安)은 고도(古都)다. 한(漢)나라에서 당(唐)나라에 이르기까지 번성한 수도 장안(長安)이었다. 거대한 성벽이 여전히 당시의 영화를 뽐낸다. 시안이 있는 황허강 관중(關中)지역은 한나라 때부터 밀 생산의 중심지였다. 밀의 재배는 수도 장안에 다양한 밀로 만든 분식을 꽃피웠다. 시안 거리를 걷다 보면 밀로 만든 자오쯔(饺子, 교자)와 중국식 햄버거 러우자모(肉夹馍)에서 양고기탕에 러우자모를 넣은 양러우파오모(羊肉泡馍), 넓은 면발이 인상적인 비앙비앙몐 (Biángbiáng面)까지 모양과 조리법이 천차만별인 면식을 쉽게 만날 수 있다. 



<사진 1. 성벽과 현대 시안>


비앙비앙은 57자획 한글자로 쓰인 한자다. 중국의 바이두에서도 표기가 불가능해 발음 기호만으로 표기한다. 이름의 유래는 면을 만들 때 나는 소리에서 온 것이라는 게 정설이지만 유래는 잘 밝혀지지 않았다. 그런데 비앙비앙면과 비슷한 면이 시안과 산시성(陝西省)의 명물 면인 쿠따이몐(裤带面)과 비슷하다. 제조방법이나 면의 상태를 보면 쿠따이몐(裤带面)은 같은 음식으로 봐도 무방하다. 면발은 넓적하기만 한 게 아니고 길기도 하다. 밀가루는 단백질 13.5% 이상의 경질밀인 까오진몐펀(高筋面粉)을 사용하는데 중국의 까오진몐펀은 단백질 함량이 11.5% 이상인 밀가루를 말한다. 까오진몐펀은 색이 짙고 매끄럽다. 비앙비앙몐은 까오진몐펀을 사용해서 만드는데 면은 넓지만 얇게 만드는데 탄력이 있고 매끄러운 식감이 특징이다. 


매끄럽고 넓고 긴 면발을 최대한 즐기는 면의, 면에 의한, 면을 위한 국수다. 면과 함께 먹는 소스는 기름지고 매콤해 매운맛을 좋아하는 한국인의 입맛에도 잘 맞는다. 비앙비앙몐은 세 가지 조건을 갖추어야 맛있다고 한다. 첫째는 즉석에서 만들어야 하고 둘째는 기름을 뿌려야 하고, 셋째는 고추향을 충분히 내야 한다는 것이다. 넓적한 면과 고추기름이 어우러진 얼얼한 맛은 식욕을 돋우는데 그만이다. 시안 시내 어디를 가도 비앙비앙몐을 만날 수 있는데 어느 식당이든 부적 같은 글자를 걸어 놓고 있기 때문에 구별하기도 쉽다.



<사진 2. 비앙비앙몐>


2014년 6월 29일 시안에서 자오정융(趙正永) 산시성 당서기가 한국의 대통령을 초청한 만찬에도 러우자모(肉夹馍)가 등장했을 정도로 러우자모는 산시성을 대표하는 면식이다. 러우자모의 모(馍)는 북방의 특색 있는 전통 밀가루 음식으로, 밀가루를 물에 넣어 골고루 섞고, 발효시킨 후 쪄서 만든 식품으로 만주족이 즐겨 먹었던 분식이다. 만터우(馒头, 만두)는 청대 말기 이전에는 소가 있는 음식이었다. 청대 말기에 만터우(馒头, 만두)는 지금처럼 소가 없는 음식으로 변하면서 고기나 야채를 곁들여 먹는 음식이 되었는데 ‘모’도 일종의 발효 면식인 만터우류에 속한다. 산시성은 중국 면식의 발상지 중의 하나이자 서역의 면식이 들어온 창구였다. 서역에서 유입된 면식은 호병(胡餠)이라 했는데 둥근 원형의 빵을 구워 먹었다. 이렇게 구운 호병은 보관과 휴대가 간편해 서역에서 중국으로 오는 긴 여정의 필수품이었다. 시안과 산시성에 러우자모가 유행하는 것은 이런 전통의 계승과 무관하지 않다. 러우자모의 빵은 바이지모(白吉馍)라 부르는데 둥글게 구워 만든 것으로 호병의 모습이 남아있다. 러우자모는 바이지모 속에 다진 고기인 싸오쯔(臊子)를 넣고 먹는 음식이다. 얼핏 보면 햄버거와 흡사해 햄버거의 중국식 변형으로 생각하기에 딱 좋은 음식이다. 반정도 발효시키고 구운 빵은 구수한 맛이 나고 다진 고기인 싸오쯔는 염장해서 훈연한 고기 라러우(腊肉)를 사용하는데 러우자모에 들어가는 고기는 라즈러우(腊汁肉)라 부른다. 짭짤한 맛이 구수한 빵과 잘 어울려 식사나 간식이나 술안주로 쓰이는 시안 사람들의 영혼의 음식으로 손색이 없는 음식이다. 산시성이나 시안 사람들은 라즈러우(腊汁肉)는 라즈러우지우몐피엔(腊汁肉揪面片)이란 메뉴로 따로 파는데 국수나 러우자모에 넣어 먹거나 그 자체로 술안주로 즐겨 먹는다. 



<사진 3. 러우자모>


라즈러우(腊汁肉)는 전국시대(戰國時代, 기원전 403년~기원전 221년)에는 '한육(寒肉)'으로 불렀을 정도로 오랜 역사를 가진 음식이다. 2016년 1월, 러우자모는 산시성 5차 무형문화유산에 등재되었다. 러우자모는 옛 명칭이 모 사이에 고기를 넣는다는 의미의 육협어막중(肉夾於饃中)이었는데 급한 성격의 산시성 사람들이 어於자와 중(中)자를 빼고 사용했다는 이야기가 있고 원래는 모자러우(馍夹肉)라고 불렀는데 ‘고기를 넣지 않았다’는 뜻의 메이지아로우(没夹肉)와 발음이 비슷해 러우자모(肉夹馍)로 쓰기 시작했다는 설도 있다. 



<사진 4. 다양한 시안자오쯔옌 - 

게 내장 자오쯔/꽃 모양 자오쯔/동물 모양 자오쯔(위 왼쪽/중앙/오른쪽), 

동물 모양 자오쯔/삼색 자오쯔(아래 왼쪽/오른쪽)>


퐝탕차이(仿唐菜), 러우자모와 시안자오쯔옌(西安饺子宴)는 시안의 3대 음식문화다. 퐝탕차이는 당나라 때 수도였던 장안의 당나라 음식을 계승한 연회 음식이다. 시안쟈오즈옌은 자오쯔(饺子, 교자)를 연회 형식으로 먹는 음식문화다. 교자는 고대에는 혼돈(餛飩, 훈뚠)이라 불렀다. 혼돈이라는 말은 삼국시기 위나라(魏国, 220~265년)때 장읍張揖의 《광아廣雅》에 “혼돈은 병이다[餛飩、餠也].”로 처음 나온다. 혼돈은 청나라 말기에 자오쯔(饺子)란 말로 바뀌어 오늘에 이른다. 자오쯔는 북방에서 설날에 먹던 음식이었다. 그러나 1970년대 말기에 시작된 개혁·개방 정책 이후, 자오쯔는 식당 메뉴로 등장하고 각지에서 자오쯔옌(饺子宴)이 등장하기 시작한다. 시안자오쯔옌(西安饺子宴)도 그 중 하나다. 시안자오쯔옌(西安饺子宴)이란 이름의 식당은 이름 그대로 시안자오쯔옌을 대표하는 식당이다. 다양한 동물 모양의 교자는 음식이라기 보다는 예술품에 가깝다. 108종의 자오쯔가 있는데 코스로 내는 자오쯔옌과 단품으로 먹는 자오쯔가 있는데 소의 육즙과 이 정교한 피와 자오쯔의 진수를 보여준다. 시안은 오랜 면식의 전통과 새로운 해석과 조리법으로 무장한 면식이 공존하는 면의 수도다.  




🔊 출처 : 누들푸들 박정배 음식칼럼니스트 


첨부파일 02_4.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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