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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배 작가의 ‘대한민국 면식기행’]
서울의 냉면

작성자 농심몰(ip:)

작성일 2022-12-23 17:16

조회 7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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냉면하면 자연스럽게 북한이 떠오른다. 조선시대부터 그랬다. 평양의 냉면 전성기는 1920~30년대였다. 1924년 9월 1일자 <개벽> 잡지에는 ‘평남은 냉면국’이란 기사가 나올 정도였다. 해방 이전에 평양냉면에 관한 기사는 자부심이 가득하다. 


'냉면이란 어디 것 어디 것 합니다마는 평양냉면 같이 고명한 것이 없습니다. 이곳 냉면은 첫째, 국수가 좋고 둘째, 고기가 많고 셋째, 양념을 잘합니다. 게다가 분량조차 많고 값조차 눅은싼데야 더 할 나위가 있겠습니까.’ (동아일보, 1926년 8월 21일, 「평양인상, 요리비판 평양냉면」) 


2018년은 몇차례 남북정상회담으로 뜨거웠고 차가운 옥류관 평양냉면은 주연급 조연으로 한민족은 물론 전세계인의 이목을 받았다. 하지만 조선시대에 서울에도 냉면집이 많았다. 


유만공(柳晩恭, 1793~?)이 서울의 풍속을 기록한 『세시풍요』歲時風謠, 1843라는 시집에도 냉면이 등장한다. 


“냉면집과 탕반湯飯, 장국밥집이 길가에서 권세를 잡고 있어, 다투어 들어가려는 사람들이 마치 권세가 문전처럼 벅적인다.” 


평양이 겨울에 동치미 냉면을 주로 먹는 것과는 달리 서울은 여름철에 냉면을 많이 먹었다. 냉면철이 시작되면 서울의 냉면집들은 냉면 면발처럼 생긴 하얀 종이를 가게 입구에 달아 놓았다. “랭면집의 광고하는 갈게발이 벌써 춘풍에 펄펄 날리”(『동아일보』 1921년 4월 20일)면 냉면철이 돌아온 것이다. 기록으로 남아 있는 당시 냉면집을 보면, 무교동의 ‘혜천옥’, 관철동의 ‘평양루’ 등이 유명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영등포와 종로 일대 등 냉면은 서울 전역에서 즐겨 먹은 외식이었다.



<사진 1. 을밀대의 평양냉면>


지금처럼 서울의 냉면집 영업이 사철 영업으로 바뀐 것은 6.25 전쟁 이후 사시사철 냉면을 먹는 북한 실향민들이 대거 서울에 정착하면서부터였다. 서울의 평양냉면집들은 북한의 실향민들이 평양냉면 집들을 내자 맛에서도, 실향민들의 모임 장소로서도 밀리게 되었다. 그런데 서울에 정착한 북한 실향민들의 냉면집들도 1960년대 중반 크게 위축된다. 당시 거듭된 콜레라의 발생으로 여름철 냉면집 영업정지가 내려진 것이다. 서울의 평양냉면집들이 부활하게 된 계기는 1970년대 초에 열린 남북적십자회담의 영향이 컸다. 1970년대에는 ‘을밀대’, ‘의정부 평양면옥’, ‘을지면옥’이, 1980년대에는 ‘장충동 평양면옥’이 영업을 시작하면서 서울의 평양냉면은 새로운 전성기를 구가하게 된다. 


하지만 2010년대 까지만 해도 냉면의 명가는 해방과 6.25 전쟁때 대한민국에 정착한 실향민이거나 그 자손들이었다. 고향의 맛을 지키려는 노력과 그들만의 노하우 때문에 실향민에 의한 평양냉면의 난공불락의 영역으로 보였다. 하지만 엄밀히 보면 서울의 실향민 운영 냉면집들은 평안도나 평양 전통의 냉면과는 다르다. 기온이 높은 서울에서는 동치미가 주를 이루는 평양의 냉면과는 다르게 서울의 기본 육수인 소의 양지 국물을 기본으로 하게 된 것이다. 면도 평양은 당시 메밀을 주로 사용했지만 서울에서는 밀가루나 전분의 비율이 높아져 더 쫄깃한 면발이 되었다. 


최근 들어 직계 자손들과는 상관없는 사람들이 대거 등장하면서 진정한 서울냉면의 모습을 갖추고 있다. 이들은 실향민들이 운영하는 식당에서 일하면서 배운 조리법을 세련된 형태로 바꿔 나갔다. 실향민의 자손이지만 新평양냉면의 바람을 일으킨 '능라도' 분당 본점은 최고급 한우를 사용해 육향 가득한 국물과 직접 도정한 메밀로 역사상 가장 고급스러운 냉면을 구현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2017년에 오픈한 청담동 '피양옥'은 소·돼지·닭으로 만든 맑은 육수와 10여 종류 고기의 어복쟁반으로 인기를 얻고 있다. 소·돼지·닭 육수는 북한의 전통 조리법인데 복잡하고 다양한 맛이 난다. 



<사진 2. 한우다이닝 울릉의 평양냉면>


최근들어 가장 주목을 받고 있는 냉면 집은 서관면옥과 한우다이닝 울릉이다. 서관면옥에서는 기본 소고기 육수에 돼지와 닭 육수를 조금씩 섞고 한우다이닝 울릉에서는 한우 사태 육수만 쓴다. 제주산 메밀로 뽑은 면발은 자체로 풍부한 맛이 난다. 감칠맛이 풍부한 쓴메밀과 일반 메밀을 섞어서 사용하기 때문이다. 냉면 2.0 버전이라 부를 만한 맛과 레시피다. 서울의 냉면 문화는 세련되고 다양화되었다. 평양냉면에 견줄 실체가 서울냉면으로 구축되었다.




🔊 출처 :  누들푸들 박정배 음식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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