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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봉수 교수의 ‘맛의 비밀']
예전의 그 맛이 아니잖아!

작성자 농심몰(ip:)

작성일 2023-05-10 17:29

조회 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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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째 예전에 먹었던 그 맛이 아니네!”  


  오랜 전통을 지닌 음식점을 찾아와서 추억을 그리며 주문한 음식이 나오면 한 두 숟가락 먹고 나서 하는 말이 ‘옛날 맛이 아니네!’란 것이다. 당연히 그럴 수밖에 없다는 것을 알면서도 왜 옛날의 그 맛이 아닐까?하는 질문을 던져 본다. 아무리 같은 재료에 같은 사람이 만들어 낸다고 하더라도 맛에 있어서 약간의 차이가 생길 수밖에 없는 이유는 과연 무엇일까! 살펴보기로 하자. 


  가장 먼저 생각해 볼 수 있는 것은 우리의 입맛이 달라질 수 있다는 점이다. 나이가 들면서 맛을 감지하는 미각수용체들도 오랜 세월이 흐르면서 세포의 재생이 무디어져 예전처럼 예민하게 반응을 하지 못할 수 있다. 부엌에서 일하시던 어머님도 점차 맛을 잘 못 보아 싱겁지도 않은데 자꾸만 소금이나 간장을 첨가하여 짠 음식으로 만들어 버리는 경우들이 있다. 미각과 더불어 후각기능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최근에는 코로나 후유증으로 병에 걸리고 회복이 되었더라도 후각을 상실하는 경우가 발생하여 특별한 훈련을 하지 않으면 꽤나 오랜 기간 동안 냄새를 잘못 느낄 수가 있다. 미각수용체가 맛 성분을 감지하였다하더라도 이를 뇌로 전달해주는 신경전달물질이 예전만큼 충분히 공급되지 못할 수도 있어 맛을 감지하는 기능이 예전과는 다를 수가 있다.  


  노벨 의학상을 수상한 바 있는 카렐박사는 토양 속 미네랄이 풍부해야 사람도 건강하게 살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 이유는 세포의 대사과정을 조절하는 것이 미네랄인데 토양의 미네랄이 점차 씻겨 내려가 강을 거쳐 바다 쪽으로 쓸려나가기 때문에 우리가 먹는 음식물의 미네랄이 점차 부족해질 수 있기 때문이라고 말하였다.  


  논, 밭이나 산에서 수확하는 식재료는 땅으로부터 미네랄을 비롯한 영양소를 공급받아 광합성을 하며 다양한 대사과정을 거치면서 여러 가지 맛과 향기를 내는 물질들을 만들어 낸다. 그러나 오랜 기간 농사를 짓다 보면 해마다 땅으로부터 많은 영양소를 얻어내는 것 외에 바다로 쓸려나간 미네랄 때문에 땅의 지력이 점차 약해져 왔다. 그래서 퇴비를 주기도 하고 산에서 점토를 가져다가 논이나 밭에 뿌리기도 한다. 아파트 단지에서 가을철 낙엽이 떨어지고 나면 땅으로부터 흡수한 영양소가 낙엽으로 전이되어 엄청난 양의 낙엽을 수거해 가는 것을 보았다. 그렇게 되면 결국 매년 빗물로 쓸려나가는 미네랄 이외에 낙엽으로 빼앗기는 양이 점차 증가하여 지력이 약화되는 것을 볼 수 있다 (사진 1).  



<사진 1. 토양 속의 미네랄이 낙엽으로 모아져 버려진다.>


  우리나라의 인삼종자를 가져간 중국이 일조량이나 강우량이 우리나라와 비슷한 지역에서 인삼을 재배하였는데도 땅으로부터 공급되는 영양분의 차이가 있어 대사활동에 차이가 나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이들 대사산물로부터 발생되는 휘발성분의 차이를 전자코를 가지고 측정해 보면 국내산 인삼과 뚜렷하게 구분되는 것을 볼 수 있었다. 중국의 경우 기나긴 역사를 가지고 많은 인구가 농사를 지어 왔는데 그런 탓에 땅의 영양소들이 많이 소실되어 대부분의 채소류나 약재가 우리나라 땅에서 재배한 것에 비하면 그 효능이 떨어지는 것을 발견하곤 한다. 우리나라에서도 인삼밭은 7년 이상 지속하기가 어렵다. 인삼은 다른 약재에 비하여 보다 강하게 땅속으로부터 미네랄을 흡수하기 때문에 7년이 지나면 다른 곳으로 이동하여 재배해야만 한다.  


  미국의 약초 전문가 폴 버그너의 조사에 의하면 50~60년 전에 비하여 채소, 과일, 육류 등의 미네랄 함량이 급격히 감소하였는데 많은 경우 76%에 달한다고 한다. 사과의 경우, 1914년산 사과가 인체에 필요한 철분의 50% 정도를 제공한데 비해 1992년도의 사과는 사과 26개를 먹어야 같은 양의 철분을 공급할 수 있었다고 한다(표 1).  


 


  일본의 과학기술청 연구보고서에 의하면 1952년 1단의 시금치로부터 공급받을 수 있는 철분의 양이 1993년산으로는 19단을 먹어야 같은 양의 철분을 공급받을 수가 있을 정도라고 한다. 세계 모든 국가의 토양으로부터 미네랄의 양이 급격히 감소하였음을 알 수 있으며 오늘날 우리들이 먹는 곡류, 채소, 과일, 육류 등 모든 음식은 50년 전에 비하여 미네랄의 양이 엄청 감소하였다는 사실이다(표 2). 이러한 사실들은 과거의 식재료와 오늘날 우리가 선택하는 식재료 간에 많은 영양소의 차이가 있음을 알 수 있다.  


출처 : 일본과학기술청 연구보고서





<표 2. 채소류의 미네랄 함량 변동추이 (단위 : mg/100g) >


  일본에서 나온 통계를 보면 몇 십 년 사이에 배추를 비롯한 농산물들의 미네랄 함량이 상당히 줄어들었다. 미네랄 함량이 차이가 나면 이로 인한 맛의 차이는 미미할 수 있으나 대사활동에 영향을 미쳐 달라진 맛의 영향은 결코 무시할 수가 없다. 수십 년이 지나 찾아온 음식점의 맛이 다르게 느낄 수밖에 없는 것은 이처럼 식재료의 미네랄을 비롯한 대사산물의 차이가 맛과 향기에 영향을 미칠 수도 있는 노릇이다. 


  후각기능의 상실, 지력의 미네랄 손실 외에 생각해 볼 수 있는 맛의 차이는 원재료의 선택 시기다. 똑같은 식재료라고 하더라도 수확한 후 어떤 온도에서 보관하였고 얼마 동안의 시간이 지났는가에 따라 맛에 영향을 미칠 수가 있다. 냉장 보관을 하거나 냉동 보관을 하였느냐에 따라 식재료는 많은 차이를 보이는데 특히 냉동 후 해빙을 시킨 재료는 해빙과정에서 세포조직이 연화되고 수분 층이 분리되어 조직감이 달라지며 미생물이나 효소에 의한 분해가 빠르게 일어나 맛의 차이가 뚜렷할 정도의 차이가 발생 할 수가 있다. 시료를 바로 구입하여 요리를 한다고 하더라도 유통과정에서 얼마나 시일이 지났느냐에 따라 맛에서는 차이가 달라질 수 있다.  


  바다에서 고기를 잡는 어부들이 선상에서 바로 잡은 고기를 회를 떠서 먹다가 육지에 와서 살아있는 같은 종류의 생선회를 먹고 비교하면 맛의 차이가 너무 난다는 것이다. 선상에서 먹었을 때 느끼는 맛은 어부가 아니면 결코 맛볼 수 없을 정도로 최상의 맛이라고들 한다. 그만큼 신선도의 차이가 하루 이틀사이에 음식 맛의 차이를 가져올 수 있다. 과거 식단을 받았을 때와 수십 년이 지난 오늘날 식단을 받기까지의 식재료의 노출 시간과 노출 온도가 차이가 있다면 이 또한 맛의 차이를 분명히 나타낼 것이다.  


  또한 냉장 보관을 통해 신선하게 유지하였다고 하더라도 지방이 많은 식재료의 경우 산패가 일어나는 정도에 따라 맛이 달라질 수 있다. 지방의 산패는 식재료마다 어떤 종류의 지방을 함유하였느냐에 따라 차이가 날 수도 있지만 보관 상태와 더불어 얼만큼의 시간이 경과하였느냐에 따라서 차이가 나며 양의 차이는 미미하더라도 감각으로 느끼는 차이가 크게 나타날 수 있다. 감자튀김을 패스트푸드 레스토랑에서 바로 먹는 것과 집으로 가져와서 먹는 것 간에 차이가 많은 것처럼, 짧은 시간이지만 음식의 온도가 영향을 주듯 지방의 맛은 영향을 많이 미친다. 


  음식을 만들 때 주원료도 중요하나 조금씩 들어가는 양념이나 참기름 등과 같은 것들이 과거에는 비싸거나 여유가 없어 첨가하지 못하였다가 근자에는 구하기가 쉬워지고 소비자들의 취향이 달라져 이를 맞추고자 첨가하는 정도가 달라질 수도 있는 일이다. 물론 전통을 유지하기 위하여 과거와 차이가 없는 음식을 만드는 경우 문제가 없겠지만 집집마다 비법으로 첨가하는 육수나 장 또는 소스 등이 과거와 똑같은 함량을 가진 식재료를 구하기 어려운 일도 생길 수가 있기 때문이다. 


  마지막으로 주방에서 조리를 하는 조리기구들이 세월이 흘러 다른 조리기구로 바뀔 수 있다. 현대식으로 대체되었을 수도 있고 가열 시스템이 과거보다 더 좋아질 수도 있다. 사용 용기의 크기나 재질도 바뀌었을 수 있다. 냉면이나 비빔밥이 일반 사기그릇에 나오던 것이 놋그릇으로 바뀌어 나올 수도 있다. 과거 막걸리를 알루미늄으로 된 양은그릇에 마셨으나 요즈음 유리잔에 먹기도 한다. 식자재가 갖는 열전도가 다른 것이 맛에도 영향을 미칠 수가 있다는 점이다. 여기에 덧붙여 먹는 장소에서 느끼는 추억이나 낭만적인 분위기가 달라져 옛 생각에 대한 선입관과 차이가 있어 맛이 다르게 느껴질 수도 있다. 


  맛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요소들은 너무 많다. 조그만 차이들이 하나하나 축적되다 보면 같은 주인이 만들어 내놓는 같은 음식일지라도 많은 세월이 지나고 나면 당연히 다르게 느껴질 수밖에 없는 노릇이다. 허나 추억을 그리는 사람들에게는 그 미미한 차이들이 추억 속에 묻혀버려 “그래 이 맛이야!”를 외치는 일이 펼쳐지기도 한다.




🔊 출처 : 누들푸들 서울여대 식품공학과 노봉수 명예교수

첨부파일 1_9.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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