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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배 작가의 ‘중국 면식기행’]
싸 먹는 면류의 천국 상하이

작성자 농심몰(ip:)

작성일 2023-05-10 17:44

조회 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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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하이(上海)는 '바다(海)로 나아간다(上)'는 뜻을 지닌 항구 도시다. 남송시대인 1267년에 상하이진(上海鎭)이 개설되었지만 본격적으로 개발된 것은 남경조약에 의해 1843년 개항되면서부터 이다. 개항을 통해 서구 자본주의가 들어오면서 무역과 금융업이 발달해 중국의 경제 중심시가 된다. 상하이 음식은 일률적이지 않다. 전 중국의 음식이 다 모여 있다. 



<사진 1. 상하이 와이탄 외경(왼) / 셩싱덴신디엔 외경(오)>


그러나 상하이에 며칠만 있어보면 이 도시가 만터우(饅頭, 만두)와 자오쯔(餃子, 교자)의 일상 속에 있음을 알 수 있다. 새벽부터 심야까지 사람들은 자오쯔의 변종인 훈툰으로 하루를 시작하고 그날의 피로를 훈툰 국물로 마무리한다. 면으로 만든 음식 중에서 만터우와 자오쯔는 독특한 위치를 가졌다. 만터우는 발효시킨 면식이다. 소가 있으면 빠오즈(包子), 소가 없는 것은 만터우라 한다. 소를 넣고 발효 안된 반죽으로 피를 만들어 먹는 것은 자오쯔로 부른다. 자오쯔는 원래 훈툰(餛飩)으로 불렀다. 단공로段公路의 《북호록北户录》(871)에 “지금의 훈툰은 반달을 닮았다. 세상이 즐기는 음식이다.”(今之餛飩,形如偃月,天下之通食也)로 처음 나온다. 훈툰은 송나라 때 자오쯔로 이름이 바뀐다. 하지만 훈툰은 여전히 살아남아 상하이와 주변의 수쩌우 등에서 성행하고 있다. 


훈툰과 자오쯔는 비슷하지만 조금 다르다. 자오쯔와 훈툰은 소의 종류보다는 피의 정도로 구분하는 게 일반적이다. 훈툰은 피가 얇고 상대적으로 자오쯔는 두껍다. 훈툰은 사각형의 피를 다양한 형태로 말고 자오쯔는 원형의 피를 사용하는 것도 다르다. 훈툰은 소가 자오쯔보다 적고 고기 중심이다. 훈툰은 육수나 닭 국물 돼지나 닭을 곤 국물을 사용하고 자오쯔는 맑은 물에서 많이 끓인다.  가장 큰 차이는 훈툰은 주로 국에 말아먹고 자오쯔는 국물 없이 먹는다는 것이다. 훈툰은 남방에서 크게 발전하여 독립적인 문화로 발전한 것이다. 



<사진 2. 다후춘 셍지옌>


상하이 순창루顺昌路의 시장 분위기의 작은 식당 셩싱덴신디엔盛兴点心店 간판에는 100년 노포라는 이름이 붙어있다. 좁은 가게에는 사람들이 가득하다. 카이로우따훈툰(菜肉大馄饨, 야채돼지고기훈툰), 시에펀시엔로우샤오훈툰(蟹粉鲜肉小馄饨, 게살돼지고기훈툰), 지마탕투완(芝麻汤团, 깨탕투완)이 유명하다. 훈툰의 국물은, 닭고기를 맑게 걸러낸 칭탕(清汤)에 돼지기름과 쪽파를 넣은 국물이다. 국물이 개운하면서도 육향이 진하다. 상하이에서는 따훈툰(大馄饨)은 소를 중히 여기고, 샤오훈툰(小馄饨)은 피를 중히 여긴다. 셩싱덴신디엔 샤오훈툰은 속이 비칠 정도로 얇지만 먹어보면 졸깃하다. 상하이 사람들은 셩싱덴신디엔을 가장 상하이다운 분위기와 맛을 내는 식당으로 아낀다. 


이 가게의 또다른 명물은 지마탕투완이다. 탕투완은 북방에서 생겨난 자오쯔가 남방에 오면서 생겨난 음식문화다. 북방의 중요 작물은 조와 수수, 콩과 밀이다. 밀로 만든 북방의 만터우와 자오쯔는 쌀 문화권인 남방에 전해지면서 찹쌀로 만든 탕위안(汤圆)으로 변신한다. 탕투완은 탕위안의 다른 이름이다. 


상하이에 이렇게 훈툰이 유행하게 된 것은 청나라말에서 민국 시기(民國, 1911년~1949년)를 거치면서다. 쑤저우(蘇州), 상하이(上海), 우시(無錫), 상저우(常州) 일대에서는 훈툰을 즐겨 먹었는데 상하이 사람들은 이것을 차이반훈툰(柴爿馄饨, 장작 훈툰)이라 불렀다. 훈툰은 주로 양쪽에 커다란 통을 짊어진 형태의 이동식 간이 식당에서 팔았다. 장사하는 사람들은 장작을 가지고 다니며 불을 지펴 훈툰 국물을 데워 팔았는데 공산화 이전까지 이동식 훈툰은 상하이 사람들의 밤참으로 유명했다. 1920~40년대가 전성기였다. 



<사진 3. 산린탕훈툰디앤>


상하이에는 여전히 훈툰 명가들이 즐비하다. 1881에 개업해 지금까지도 영업을 하고 있는 렁빤혼톤(冷拌馄饨), 따훈툰(大馄饨)의 대명사 얼꽝훈툰(耳光馄饨), 샤오훈툰(小馄饨)의 명가 멍화지에훈툰(梦花街馄饨)등이 유명하다. 황푸 지역의 좁은 골목에 숨듯 자리잡은 산린탕훈툰디앤(三林塘餛飩店)에서는 훈툰은 물론이고 훈툰과 대창 등 여러 토핑을 올린 국수를 팔고 있다. 가게는 한국의 실내 포장처럼 노점과 식당의 중간 형태를 띄고 있지만 사람들이 많다.  



<사진 4. 산린탕훈툰디앤 대창국수(왼) / 산린탕훈툰디앤 샤오훈툰(오)>


발효된 반죽에 소를 넣고 먹는 빠오즈의 변형인 셩지엔(生煎)도 상하이 사람들이 사랑하는 서민의 면식이다. 셩지엔은 셩지엔만두(生煎饅頭)의 준말이다. 30도 정도 미지근한 물에 효모에 넣은 뒤 증식시켜 반죽한 피를 프라이팬에 넣고 달일 때 물을 약간 넣고 약한 불에서 밑바닥이 노릇노릇해질 때 푹 삶아 만든 뒤 파와 참깨를 친 후에 잠깐 식혀서 먹는 음식이다. 밑은 구워져 바삭하고 피는 푹신하고 부드럽고 효모 향 특유의 기분 좋은 향이 난다. 소는 돼지고기와 육즙을 중시한다. 바닥이 두껍고 바싹 마른 것은 불량품으로 여긴다. 직접 반죽해서 만들어야 바닥이 얇게 만들어도 찢어지지 않기 때문이다. 


상하이에서도 셩지엔 잘 하기로 소문 난 다후춘(大壺春)은 매일 아침 5~6시에 문을 열 때부터 사람들로 붐빈다. 반발효시킨 피는 부드럽고 풍성한 향이 난다. 원래 셩지엔은 찻집에서 곁들여 먹는 주전부리였는데 인기가 높아지면서 소도 커지고 국물을 넣으면서 독자적인 음식이 된 것이다. 발효 안된 피를 빠오즈처럼 둥글게 만들고 안에 육즙을 넣은 대표적인 상하이의 음식은 샤오롱바오(小籠包)다. 샤오롱바오는 작은 대나무 찜통(小籠)에 쪄낸 만두(包)란 뜻으로, 상하이 대표 관광지인 예원(豫園·위위안) 옆에 있는 난시앙(南翔)에서 1871년 처음 만들었다고 알려졌다. 육즙을 빨대로 빨아먹거나 작은 수저 위에 놓고 터트려 먹는 음식이다. 



<사진 5. 셩싱덴신디엔 지마탕투완(왼) / 셩싱덴신디엔의 훈툰(오)>


상하이가 개항한 후, 입구를 만들어 노점을 만들고, 길거리를 따라 소리치는 판매자가 급증하였다. 청나라 동치(同治) 연간(1862년~ 1874년)에 상하이 성황묘(城隍) 주변에는 백 여개의 좌판이 생겨 조계로 발전했다. 이후 서양풍의 음식문화가 더해지고 1937년 전쟁이 발발하면서 조계지에는 더 많은 시민이 몰려들면서 노점은 더울 발전했다. 현재 황포구의 핵심 지역에는 600여 개의 노점이 밀집해 있는 것으로 집계됐다. 1930년대 말에 노점의 음식은 절정에 이르는데 가장 상하이적 음식으로 피와 소를 구분해 먹는 훈툰, 셩지엔, 샤오롱바오를 빼놓을 수 없다. 




🔊 출처 : 누들푸들 푸디즈 대표, 도서출판 미컴 대표, 인디컴 경영 기획실장, 다큐 서울 방송 프로듀서 박정배 음식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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