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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종명 작가의 ‘중국 음식 문화’]
첫사랑의 입맞춤 같은 기억, 전통 술도가에서 맛본 마오타이

작성자 농심몰(ip:)

작성일 2023-07-27 17: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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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오쩌둥 사도적수의 현장 토성고진과 병안고진


맹렬히 추격해 오는 적군을 피해 대군을 이끌고 똑같은 강을 4번이나 건넜다. 1935년 장제스 국민당 군대의 추격을 기상천외한 전술로 돌파했다. 역사에서 사도적수(四渡赤水)라 부른다. 적수를 건넜다가 되돌아오고 다시 건너고 또 되돌아 건너는 작전이었다. 국민당 군대를 낙동강 오리 알로 만들었다. 장제스는 아무것도 한 일이 없었다. 구이저우 북부를 흐르는 적수 강변에 있는 마을을 찾는다.  



<사진1 토성 사도적수 기념관(왼쪽 위), 저택 대문(왼쪽 아래),주더 주거(오른쪽 위), 류보청 거주지(오른쪽 아래)>


1935년 1월 중국공산당 정치국은 쭌이(遵义)에서 회의를 소집했다. 좌경모험주의를 배격하고 대중 노선을 강조한 마오쩌둥이 당을 장악했다. 적군이 들이닥치자 동북 방향으로 150km 떨어진 토성고진(土城古镇)으로 이동했다. 예로부터 해상 운송으로 번창한 마을이다. 적수가 사통팔달로 이어졌기 때문이다. 첫 번째 도강으로 일도(一渡)라 부른다. 홍군은 엄청난 희생을 무릅쓰고 적군을 따돌렸다.  


마을로 들어서니 사도적수기념관이 있다. 중국공산당사에서 보면 정말 기념할만한 일이다. 홍군(红军)의 아버지라 불리는 주더(朱德)가 머물던 집도 있다. 지휘관 중 한 명인 류보청(刘伯承)의 거주지였다는 표지도 보인다. 초록 빛깔이 선명한 대문이 있는 저택에 ‘홍군은 노동자(工)와 농민(农)의 군대(军队)’라는 글자가 여전히 남았다.  



<사진2 염색 조각상(왼쪽 위), 소금 일꾼 조각상(왼쪽 아래),탕방(오른쪽 위), 중개인 편이 조각상(오른쪽 아래)>


부두를 기반으로 상업이 발달했다. 생산 제조로도 이름을 떨친 천년고진이다. 품목이 18개 이를 정도로 여러 상방(商帮)이 성황이었다. 차, 소금, 설탕, 염색, 약, 쌀, 식용유, 술은 필수품이었다. 말, 철, 나무, 돌, 공연, 선박, 숙박과 같은 항목도 유명했다. 선박 조직인 선방(船帮) 건물은 지금도 남아있다. 설탕 제조와 유통을 하던 탕방(糖帮)의 흔적도 있다. 질서 유지를 위한 무술 조직이나 거지 집단인 개방(丐帮)도 있었다. 곳곳에 18방 조각상이 보인다. 두 사람이 앉아서 이야기하는 조각상이 있어 궁금증을 유발한다. 쌍방 교역을 주선하고 보수를 받는 중개인을 편이(偏耳)라 부른다. 그 집단을 경기방(经纪帮)이라 한다. 상업이 발달하니 신사업도 생겼다. 수백 년 전 당시는 블루오션이었다.  



<사진3 토성고진 골목(왼쪽 위), 소사탕(왼쪽 아래), 소탕원 식당(오른쪽 위), 고구마 씻는 식당(오른쪽 아래)>


비가 촉촉하게 내린다. 골목에는 오성홍기가 걸렸고 홍등은 아직 불을 밝히지 않았다. 마작을 하러 어른들이 잔뜩 모였고 아이 업고 밥 먹는 아주머니도 보인다. 가끔 강아지가 꼬리를 흔들며 지나다닌다. 평화로운 분위기다. 그 옛날 전투는 기념관의 전시로만 남았다.  


소(苕)라는 글자가 자주 눈길을 끈다. 사전을 뒤지니 발음과 뜻이 둘이다. 능소화는 ‘초’라 하고 방언으로 쓰는 고구마는 ‘소’다. 가게마다 고구마 과자인 소사탕(苕丝糖)을 판다. 한 봉지에 10위안(1,800원)이다. 달달한 고구마 맛이다. 마오쩌둥 사진을 걸어둔 식당은 소탕원(苕汤圆) 전문점이다. 고구마를 재료로 동그란 새알이다. 토성 특산물이 고구마다. 굵고 담백하다. 식당 앞에서 한 아주머니가 고구마를 헹구고 있다. 붉은 물이 흘러나온다. 강 이름에 붉을 적(赤)이 들어간 이유가 있다. 부근 토양은 홍토에 가깝다.  



<사진4 패방(왼쪽 위), 소탕원 요리(왼쪽 아래),마오타이(오른쪽 위), 토마토계란 요리(오른쪽 가운데),동파육(오른쪽 아래)>


입구에 설치된 패방에 조명이 들어오니 색다른 분위기다. 바로 옆에 있는 식당을 찾는다. 주인장이 1인당 적정 수준에서 알아서 상을 차리겠다고 한다. 외국인 고객에 대한 배려가 100점이다. 가방에서 마오타이(茅台)를 꺼냈다. 중국은 술 반입이 합법이다. 적수로 빚은 술을 마시지 않을 수 없다. 요리가 등장한다. 역시 고구마 새알 요리가 나온다. 약간 매운 듯한데 씹는 맛이 부드럽다. 토마토와 계란의 조화는 어디에서도 좋다. 때깔까지 고급스러운 요리는 드물다. 동파육도 육질과 식감이 최상이다. 요리 맛이 좋으면 분위기도 정겹다. 주인장은 무용수이고 남편은 서예가다. 친구가 됐더니 지금도 SNS로 연락을 주고받는다. 언제 놀러 오냐고 성화가 대단하다.  



<사진5 병안고진 조각루(왼쪽 위), 장정 다리(왼쪽 아래), 홍군 진열관((오른쪽 위), 홍군 지도자 초상화(오른쪽 아래)>


적수 강변에는 장정의 흔적이 많다. 서북쪽으로 50km 떨어진 병안고진(丙安古镇)으로 간다. 적수 건너편에 다 쓰러져 가는 목조건물이 보인다. 조의를 표한다는 글자와 비슷하게 생긴 조각루(吊脚楼)다. 습기 많은 구이저우 지역의 전통가옥이다. 절벽에 매달린 듯한 모양이라 아슬아슬하다. 마을로 들어가려면 붉은 별이 걸려 있는 장정(长征) 다리를 건너야 한다. 약 70m에 이르는 다리로 약간 출렁거린다. 홍군은 적수를 건너 적군을 따돌리고 주둔했다. 안으로 들어서니 홍군 진열관이 나타난다. 홍군의 장정 동선과 마오쩌둥을 비롯한 공산당 지도자의 초상화가 전시돼 있다.  



<사진6 병안고진 적수(왼쪽 위), 두부(왼쪽 아래), 얼큰 국수(오른쪽 위), 더우화(오른쪽 아래)>


골목은 한산하고 여유롭다. 병안고진에 가면 산천수(山泉水)로 만든 두부를 먹어야 한다. 부드럽고 담백해 마을의 명물이다. 순두부와 비슷한 더우화(豆花)는 양념장에 찍어 밥과 함께 먹으면 더욱 맛있다. 국물과 함께 먹으니 상큼하다. 고기를 넣은 국수도 한 그릇 주문한다. 기름기와 후추가 많아 맵고 걸쭉한 얼큰 국수다. 절벽에 자리 잡은 조각루에 하루 묵었다. 강 건너에서 느낀 모습과 달리 객잔은 튼튼했다. 창문을 여니 적수가 흐르고 오성홍기가 펄럭이는 다리가 보인다. 당시 희생된 홍군의 피가 강바닥을 수놓고 있으리라는 생각에 이른다.  



<사진7 병안고진 3일장(왼쪽 위), 좌판의 채소(왼쪽 아래), 돼지 머리(오른쪽 위), 생닭(오른쪽 아래)>


인구가 수천 명 정도다. 상설 시장은 없고 3일장이 열린다. 싱싱한 채소를 판다. 토마토, 파, 홍당무가 보인다. 돼지 머리가 보여 당황했는데 한국에서도 가끔 보는 모습이긴 하다. 살아있는 닭도 갇혀 있다. 닭튀김이나 만두 등 간식도 판다. 사람이 북적이니 마을이 시끄럽다. 오후 몇 시간만 반짝 열리는 시장이라 금세 고요가 찾아온다.  



<사진8 병안고진 적수(왼쪽 위), 술도가 가는 길(왼쪽 아래), 

술도가 가마 증류 중(오른쪽 위), 수수와 누룩 섞는 과정(오른쪽 아래)>


홍군은 장정 당시 적수로 빚은 마오타이와 인연이 있다. 적군의 포위에서 벗어난 후 모두 마셨다. 지금은 아니지만 옛날부터 음력 9월 9일인 중양절 이후 물이 맑아지면 술을 빚었다. 수수를 원료로 증류하면 농염한 향기를 품은 백주(白酒)가 탄생한다. 지금은 모두 현대화된 시설에서 대량 생산한다. 누구나 아는 명주다.  


병안고진 부근에 옛날 방식 그대로 빚는 술도가가 있다. 수수를 찌고 누룩을 골고루 섞은 후 1주일 정도 부뚜막에 보관한다. 아침부터 찾아가서 쪼르르 기다린다. 가마에서 고온으로 증류를 한다. 3시간을 기다리니 술이 나오는 시간이다. 졸졸 흘러나오는 원액을 맛보니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짜릿하다. 90도가 넘는다. 사도적수의 땅에서 매일 생산되는 술 향기가 백리를 날아가는 듯하다. 첫사랑 같은 입맞춤의 기억은 세월이 흘러도 사라지지 않을 듯하다.  




🔊 출처 : 누들푸들 최종명 중국문화 전문가, 작가 및 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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